Page 5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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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59


               스님은 지팡이를 벽에 기대 놓고서 법당을 나가 버렸다.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 뜰 앞의 잣나무다.”

               뒷날 법안(法眼:885~958)스님이 각철취(覺鐵嘴:慧覺선사의
            별명)에게 물었다.

               “내 듣자 하니 조주스님께서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을 하였
            다는데 사실인가?”
               “ 스승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으니 스승을 비방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한 스님이 설봉 의존(雪峰義存:822~908)스님에게 물었다.
               “옛 개울물이 몹시 차가울 때는 어떻습니까?”
               “ 눈을 부릅떠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 그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됩니까?”

               “ 입으로는 마실 수 없다.”
               스님께서 이 말을 전해 듣고서 말하였다.

               “콧구멍으로 마실 수도 없다.”
               그 스님이 이 말을 듣자마자 물었다.
               “옛 개울물이 몹시 차가울 때는 어떻습니까?”

               “ 쓰지.”
               “ 그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됩니까?”

               “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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