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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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오가정종찬 상


               그 스님이 설봉스님에게 말해 주자 설봉스님은 멀리 계신 곳

            을 바라보고 절하면서 “조주 부처님[趙州古佛]이시여!”하고는 그
            뒤로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엄양 선신(嚴陽善信)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 놔버려라[放下着].”

               “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놔버리라는 것입니까?”
               “ 놓지 않으려거든 짊어지고 가거라.”
               이 말에 엄양스님은 느낀 바 있었다.



               찬하노라.



                 입가에 선(禪)이
                 납승의 눈을 모두 바꿔 버렸네.
                 남전의 독에 중독되니
                 확 트인 허공에 구태여 시비를 하려는가
                 설봉의 마음을 죽이니
                 옛 개울 차가운 물이 뚜렷이 나뉘었네.

                 대왕을 보고서도 선상에서 내려오지 않으시니
                 법을 높이는 스님이 우리 종문에 있음을 보여주었고
                 암주를 간파하여 주렴을 끌어내리고 돌아오니
                 왕노사(남전)가 이 놈을 의심해 왔다 한 것을 알겠도다.

                 수유에서 물을 찾고
                 지팡이 세워 두니 새 뿌리 돋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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