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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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오가정종찬 상
8.황벽 단제(黃檗斷際)선사
스님은 백장스님의 법제자이며,법명은 희운(希運)으로 민(閩)
땅 사람이다.처음 천태산을 돌아다니다가 한 스님을 만났는데 마
치 예로부터 아는 사이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런데 그
의 눈빛을 자세히 보니 사람을 쏘아대는 빛이 있었다.그와 동행
하는 길에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나자 지팡이를 세워 둔 채 걸음
을 멈추고 있으려니 그 스님은 스님을 끌어당기며 함께 건너자는
것이었다.
“형 혼자 건너시오.”
그는 곧 옷을 걷어올리고 신발을 신은 채로 땅을 걷듯 물을 건
너가면서 뒤돌아보며 말하였다.
“건너오시오,건너와!”
스님은 쯧쯧 혀를 차면서 말하였다.
“스스로 깨달은 체하는 놈아,그런 줄 진작 알았더라면 네놈의
정강이를 분질러 놓았을 것을…….”
그는 감탄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대승다운 근기다.나로서는 따라갈 수가 없구나.”
말을 마치자마자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백장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