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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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63


               “어디를 갔다 오느냐?”

               “ 대웅산 아래서 버섯을 따왔습니다.”
               “ 호랑이를 만났느냐?”
               이 말에 스님이 갑자기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자 백장스님은
            도끼를 집어들고 찍으려는 자세를 취하였다.이에 스님은 백장스

            님에게 주먹을 한 방 날리니,백장스님은 껄껄 웃고 돌아갔다.
               상당하여 법문을 하였다.

               “대웅산 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있으니 잘 살펴 다녀라.나도
            오늘 몸소 한 차례 물렸노라.”



               스님이 남전스님 회하에 수좌로 있을 때,하루는 바리때를 들
            고 남전스님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남전스님이 큰방에 들어서다

            가 보고는 스님에게 말하였다.
               “언제부터 중노릇을 했는가?”
               “ 위음왕불(威音王佛:최초의 부처)전부터입니다.”
               “ 그래도 여기에서는 내 손자뻘이지.”

               스님은 마침내 두 번째 수좌[第二座]로 지냈다.스님이 떠나올
            때 남전스님은 산문까지 전송 나왔다가 스님의 삿갓을 쳐 들어올

            리면서 말하였다.
               “장로의 몸은 헤아릴 수 없이 큰데 이 삿갓이 너무나 작다.”
               “ 그렇지만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이 속에 있습니다.”

               “ 이 왕노사는 …… 척(聻)!”
               스님은 삿갓을 쓰고 곧장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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