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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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오가정종찬 상
스님이 염관(鹽官)스님 밑에 있으면서 예불을 하고 있었다.그
때 당나라 선종(宣宗)황제는 사미승으로 있었는데 스님에게 물었
다.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고,법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
고,스님에게 집착하여 구해서도 안 된다 하였는데 장로는 무엇에
다 예불을 하십니까?”
“ 부처에게도 법에도 스님에게도 구하지 않고 항시 이렇게 예불
하는 일이다.”
“ 예불하여 무엇 하려고요?”
스님이 사미승의 뺨따귀를 후려치자 사미가 말하였다.
“너무 거칠군!”
“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거치느니 고우니 지껄여 대느냐.”
그리고는 한 차례 더 때렸다.그 후 선종이 즉위하여 마침내
그를 ‘거친 중[麤行沙門]’이라 이름 붙이자 재상 배휴(裴休:957
~890)는 이렇게 간언하였다.
“세 차례 때린 것은 삼제(三際)번뇌를 끊어주려 함이니,법호
를 ‘단제(斷際)’로 바꾸어 주십시오.”(이런 연유로 ‘斷際’라는 시호
가 내려졌다 한다.)
하루는 여섯 명의 신참승이 선사를 찾아왔는데 다섯 사람은
절을 올렸으나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좌구를 들어올려 원(圓)을 그
려 보일 뿐이었다.이에 스님은 그에게 말하였다.
“내 듣자 하니 사냥개 한 마리가 있다 하던데 꽤 사납구나.”
“ 영양(羚羊)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