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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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85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 서경(西京)에서 왔습니다.”
“ 황소(黃巢)가 지나간 뒤 칼이나 주웠는가?”
“ 주웠습니다.”
스님은 그에게 다가서서 목을 쑤욱 빼고는 “윽!”하고 소리치
자 그가 “스님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하니 스님은 껄껄대며 크
게 웃었다.
그 스님이 뒤에 설봉스님을 찾아가자 설봉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암두스님 회중에서 왔습니다.”
“ 암두가 무슨 말을 하던고?”
그가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설봉스님은 30대를 쳐서
내쫓아 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란 무엇입니까?”
“ 떨어진 짚신짝을 호숫가에 던져 버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래된 배에 돛대를 올리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작은 고기가 큰 고기를 삼킨다.”
“ 돛대를 올린 뒤에는 어떻습니까?”
“ 뒤뜰의 당나귀가 풀을 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