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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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오가정종찬 상


                 청룡소초 짊어지고 남방으로 달려갈 땐
                 수많은 마구니를 없앤다 하였으나
                 냄새나는 노파 만나 세 마음 점 찍을 제
                 어린아이 벙어리되듯 한마디도 못 했구려.

                 용담스님,촛불 불어 꺼 버리자
                 집안살림 깡그리 부서지고
                 덕산에 토굴 하나 마련하여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였네.

                 위산에서 법당을 뒤로하고 짚신 신고 떠남은
                 눈앞의 기연을 활발하게 놀림이며
                 암두에게 노승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묻더니
                 ‘말후구’를 깨쳤구려.

                 허하면서도 신령하고 공하면서도 오묘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진흙덩이 던지고
                 한 터럭에 바다 삼키고 바늘끝에 겨자씨 던진다는 말로
                 대중 앞에서 금강저를 부러뜨렸네.

                 별비사의 독기는 종승의 일 때문에 심장에 파고들고
                 하늘을 나는 용마 ‘어이할꼬’하는 찰나에 치달려 버리도다
                 나무를 자르면서 와관스님 탈바꿈시키려다 그만두고
                 부채를 흔들어 고정스님 휙 떠나게 만들었네.

                 참으로,불전을 부수고 개고기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건
                 보통사람의 생각으로는 어려운 것이니 높고 자비한 노스님은
                 생각해 보니 꽃비단 깔린 화사한 곳 연연하며
                 허둥대는 강사는 아닌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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