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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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오가정종찬 상
“어디로 가려는가?”
“ 잠시 스님의 회하를 떠나려 합니다.”
“ 그대는 뒷날 무엇을 하려는가?”
“ 스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가?”
“ 스님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지혜가 스승과 같으면 그 덕
은 스승의 반으로 줄어드니,지혜가 스승보다 더 나아가 비로소
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하였습니다.”
“ 그렇지,그렇지!잘 간직하게.”
스님은 악주(鄂州)암두산에 있다가 폐불사태(廢佛沙汰)를 만나
동정호가에서 뱃사공이 되었다.양 언덕에 판자 하나씩 걸어 놓고
강을 건너려는 사람이 그 판자를 한 번 치면 “누구냐”고 묻고,
“저쪽으로 건너가려 하오”라고 대답하면 스님은 춤추듯 노를 저
어 손님을 맞이하였다.하루는 한 노파가 어린아이를 안고서 물었
다.
“키를 들어올리고 춤추듯 노젓는 일이야 물을 것 없고,이 노
파의 손에 안긴 어린아이는 어디에서 왔는가?”
스님은 노로 뱃머리를 쳤다.이에 노파는 말하였다.
“이 노파가 일곱 아이를 낳았는데 여섯은 좋은 도반[知音]을
만나지 못하였소.그리고 이 아이마저 만나지 못하는구려.”
그리고는 아이를 물 속에 던져 버렸다.
스님이 뒤에 동정호가의 와룡산(臥龍山)에 암자를 마련하자 수
많은 문도가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