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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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오가정종찬 하
하지 않겠습니까?”
“ 몸은 야자 만한데 된통 큰소리만 치는구나!”
대중에게 말하였다.
“말로는 일을 설명할 수 없고 말로는 기연에 투합할 수 없으니
말만 쫓는 사람은 망하고 말에 매이는 사람은 미혹하게 된다.알
겠느냐!그대들은 납승의 신분으로 이곳에 왔으니 법을 결택할 안
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또 하나의 허
물이다.자,말해 보아라.무엇이 허물인지를.”
한 스님이 물었다.*
5)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어떻게 합니
까?”
“ 물소의 우리 안으로 달려가리라.”
“ 스님께선 쏜살같이 지옥에 들어가겠습니다.”
“ 모두 그대가 힘써 준 덕택일세.”
“ 스님께서 사자좌에 오르셨으니 도의 내막을 펼쳐 주십시오.”
“ 비가 개이니 물길이 열리고 하릴없으니 관청을 세운다.”
“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 짚신장수 할미는 발이 빠르기도 하다.”
“ 알음알이를 떨어버린 한마디를 스님께서 해주십시오.”
*이하 ‘한 스님이 물었다[問]’는 편집상 생략하고 한 행을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