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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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09

               “여러분들은 주장자를 비껴 메고 이 총림을 나와 저 총림에 들

            어가는데,말해 보아라.총림에 몇 가지가 있더냐?전단(栴檀)총
            림에 전단나무가 에워싸인 곳도 있고,가시나무 총림에 가시나무

            로 사방이 둘러싸인 곳도 있으며,혹 가시나무 총림이라도 전단나
            무가 에워싼 곳도 있고,전단 총림이라도 가시나무로 둘러싸인 곳
            도 있다.이 네 가지 총림 가운데 그대들은 어느 총림에서 안심입
            명(安心立命)하려느냐?안심입명할 곳이 없다면 부질없이 짚신짝

            만 닳아 없애는 것이니 염라대왕이 짚신값을 받으러 올 날이 머
            지 않았으리라.”



               상당하여 말하였다.
               “동쪽 마을 이씨 노파가 서쪽 집에 불씨를 빌리러 갔는데 문

            밖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너무나 꾸물거린다고 성이 나서 악에 복
            받쳐 집으로 그냥 가 버렸다.멍하니 방안에 앉아 있노라니 불쌍

            한 어린아이들이 온종일 굶게 되었구나.눈은 있어도 눈동자가 없
            으니 괜스레 해골에 쇠사슬을 채우고 두들겨 깨는 꼴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반야(般若)의 체(體)입니까?”
               “ 조개가 밝은 달을 머금었다.”

               “ 무엇이 반야(般若)의 작용[用]입니까?”
               “ 토끼가 새끼를 뱄다.”



               “ 무엇이 부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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