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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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31

                 오로봉에는 노여워할 이 몇이런가
                 앵무주에 걸터앉아
                 옛 거울을 산산조각으로 부수었구나.

                 아낙네는 철거덕철거덕 베틀을 당기는데
                 법석대는 저자에서 천자를 알아보더라는 진짜가 아니고
                 어린아이는 왁자지껄 입을 놀리나
                 풀끝마다 노승을 알아차릴 줄 모르네.

                 온몸이 눈이라서
                 천의스님 갈등 말뚝이 넘어졌다 기뻐하였고
                 평지에 흙더미 생겨나니
                 괴도관이 억울하게 환속시킨 죄 우스워했구나.

                 발 씻고 속옷 벗고 그저 잠만 자니
                 격식을 벗어난 생활이란 애당초 없고
                 사람 불러 대나무 쪼개 울타리 세우니
                 이 또한 일상의 살림살이일 뿐이네.

                 까막까치는 둥지를 틀고 청개구리 구멍에 사는데
                 견고하고 비밀한 몸은 티끌 속에 나타나며
                 동과는 아무 맛도 없고 조롱박은 꼬불꼬불한데
                 조사선은 말 밖을 멀리 벗어났도다.

                 뱀 대가리 갖고 놀고 범 꼬리 뒤적거리며
                 여러 총림은 칼날 속에 그림자를 드러내며 몸을 숨기게 하고
                 망가진 부채로 물소에 물 끼얹으며
                 염관스님에게 똥무더기 위에서 둥근 덩이를 만드는구나 하였
               네.

                 도의 운치는 거룩하여
                 산림의 훌륭한 이는 이름을 얻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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