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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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오가정종찬 하
어진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나는 참선을 알지 못한다.발 씻고 침상에 올라가 그저 잠을
잘 뿐.동과(冬瓜)는 곧으나 아무 맛도 없고 조롱박은 꼬불꼬불 굽
었구나.”
스님은 어느 날 염관 제안(鹽官齊安:?~842)스님이 시자를 불
러 “나의 물소뿔 부채[犀牛扇]를 가져오라!”고 말한 화두를 들어
염송하였다.
“삼복더위에는 바야흐로 부채가 필요한데 시자가 되어 이 일을
몰랐구나.비록 그렇다지만 염관스님도 너무 쩨쩨하지.큰스님이
되어 어찌 시자에게 나누어주지 않았는지.당시 염관스님이 ‘부채
가 이미 망가졌다면 내 물소를 돌려다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
더라면 곧 그에게 ‘이미 쓰레기통 속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찬하노라.
험한 가시밭 속을 걸어왔으나
밝은 영성(靈性)은 어둡지 않다.
하늘을 찌를 듯한 깊은 사원의 기다란 대나무며
눈서리 이겨낸 옛 바위에 차가운 전나무로다.
삼협사(三峽寺)에 돌아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