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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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그것도 할 수 없다.”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설두스님은 때려 쫓아내 버렸다.이렇
게 서너 차례 거듭하다가 얼마 후 수두(水頭:물 관리하는 스님)
가 되었는데 어느 날 물을 지고 가다가 물지게가 부러지는 바람
에 갑자기 깨닫고 ‘투기송(投機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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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길 산봉우리 끝에 한쪽 발로 서 있네
검은 용 턱밑의 여의주를 빼앗으니
한마디에 유마힐을 감파했구나.
一二三四五六七 萬仞峯前獨足立
奪得驪龍頷下珠 一言勘破維摩詰
설두스님은 이를 보고서 책상을 치며 좋다고 칭찬하였다.그리
하여 세상에 나가 철불사(鐵佛寺)에 주지하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기러기가 허공을 지나갈 때 그림자가 찬 물속에
잠기나 기러기는 발자취를 남길 뜻이 없었고 물 또한 기러기 그
림자를 맞이할 마음이 없었던 것과 같다.만일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른다면 비로소 ‘다른 류 가운데에서의 수행[異類中行]’을 깨칠
수 있다.그렇게 되면 오리의 짧은 다리를 이어주느라 학의 긴 다
리를 자를 게 없으며 산을 무너뜨려 골짜기를 메울 것이 없다.놓
아주면 온갖 추태가 나오고,거둬들이면 주먹을 꼭 쥐고 떨고 있
다.이를 쓰면 감히 팔대용왕(八大龍王)과 부를 겨룰 만하고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