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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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오가정종찬 하

                 물지게의 양쪽 목발 부러질 때
                 검은 용의 턱을 쳐서 여의주를 빼앗았네.

                 눈에 눈동자 있는 사람이면
                 애당초 흙으로 금을 만들거나 소를 빼앗거나 밥을 낚아채지 않
               으리니
                 자신이 다른 류에서 자재행을 하는데
                 무엇 하러 산을 깎아 골짜기를 메우고 학 다리를 잘라 오리에

               게 붙여 주랴.
                 뼛속에 사무치는 가난으로
                 감히 용왕과 부를 겨루고
                 한마디 말로 감파하니
                 어찌 유마힐의 명성과 모습을 그릴 수 있겠나.

                 학인에게 짚신을 뒤집어 신기고서
                 저녁에는 나부산,아침에는 단특산에 노닐게 하고
                 어느 스님이 가볍게 등을 어루만져 주자
                 급히 설두스님 찾아 멀리 고소산에 이르렀네.

                 야반삼경 찬 서리에
                 화수 얼음 어니 섬부 무쇠소는 허리가 부러지고
                 일 년에 한 차례 봄이 오는데
                 우두스님 이끌어 사조스님 뵙게 하니 마른나무에 꽃이 피네.

                 꾀꼬리 밤새 지저귀고 소쩍새 우는데
                 원통문은 자물쇠를 활짝 열고
                 비취가 구름 쓸고 유리는 달을 쪼개니
                 천의스님 경지는 한 폭의 그림일세.

                 숲을 나온 사자요
                 대지를 누빈 천리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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