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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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39

                 은당사(銀璫使:궁내 사신)용뇌수 발우를 불살라
                 황제를 기쁘게 하였네.

                 주장자 뽑아 들고 황하수 휘저으니
                 성은에 보답함도 분수가 있고
                 옷을 벗고 가시 위에 누웠으니
                 중생제도에 어이 그리 인색하오.

                 도덕을 높여 가난할 때의 사귐을 잊지 않아
                 효순스님에게 몸소 정침에 거처케 양보하였으며
                 불법을 위해 조정의 부름에 대신 나가게 하니
                 원통 거눌스님 온 천하에 이름 떨쳤네.

                 강남 제비 처음 돌아왔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더라고
                 문수 보검의 칼날이 너무 드러나 보이고
                 들쑥이 저절로 돋아 부질없이 강가에 자라니
                 일천 성인의 길을 밟기 어렵겠다.

                 비단 휘장에 꽃을 깔아
                 소동파의 뛰어난 문장으로 신규각의 장관 이루고
                 주머니 속에 송곳의 자루까지 튀어나오니*
                                                      12)
                 구봉스님 글 한 장으로 육왕산의 주지되었네.

                 집 지을 때 기둥과 서까래 걱정하니
                 온 누리 사람에게 초당에 살며 바른 마음 기르게 했고
                 구름 속에 승복을 펼쳐 입고
                 산에 머무르는 늙은이 노년을 한가히 보내네.

                 매화 그림자 찾아 팔 베고 누워
                 이마에 손을 얹고 밝은 달 바라보며

            *송곳이 주머니에 있으면 저절로 삐죽이 나오듯이 잘난 사람도 저절로 드러난
              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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