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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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오가정종찬 하
상당하여 말하였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닮았고 네모난 발은 땅을 닮았다.옛 모
습이 뚜렷하고 대장부의 의기는 수미산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 바
닷물을 밟아 뒤집어 버리니,제석천왕과 용왕이 몸 둘 곳이 없
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뽑아 들고 “이 주장자에 와서는 도리어 빠
져나가려 하는구나.쯧쯧!네 멋대로 신통을 부리도록 내버려두었
더니만 결국 이곳으로 돌아왔느냐!”하고는 주장자를 한 차례 내
려쳤다.
원우 원년(元祐:1088)에 노령을 이유로 주지 사임을 청하자,
“그대 편할 대로 여러 고을을 행각하되 억지로 주지를 시킬 수
없다”라는 칙명을 받았다.이에 스님은 북을 울려 대중과 고별하
며 말하였다.
“본디 집 없는 나그네인데 어찌 편할 대로 노닐 수 있겠나.순
풍에 노를 저으니 배가 양주 땅으로 내려가도다.”
스님이 도성을 떠날 때 송별하는 왕공 대신들의 수레와 말이
줄을 이었는데 떠나면서 말하였다.
“세월이란 붙잡아 둘 수 없는 것이라 늙고 병든 몸 다시는 여
러분과 기약할 수 없으니,오직 부지런히 수행하여 게으름이 없는
것만이 참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모두 눈물을 흘렸으니 스님께서 참다운
자비심으로 인도하여 사람을 감복시킴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