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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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49

               “경은 어느 절에서 수업하였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승천 영안(承天永安:승천사 영안사를 뜻하는 동시에 천자를

            영원히 편안하게 받들겠다는 뜻이 되기도 함).”
               신종이 몹시 기뻐하여 차를 내리자 스님은 찻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물을 부어 마시기까지 하니,신종은 스님의
            천진함을 좋아하며 “선종을 일으켜 잘 인도하도록 하십시오”하

            였다.
               스님이 “폐하께서 선종이 있음을 알고 계시니,이는 하늘의 태

            양이 온 누리를 내리 비추는 것과 같은 일인데 신(臣)이 어찌 게
            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하고 자리를 물러나자 신종은 눈길
            을 떼지 않고 전송한 뒤에 가까운 신하에게 “참으로 복과 지혜를

            모두 지닌 스님이구나!”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한신(韓信)이 조정에 돌아온 것이다.”
               “ 중간 이하의 무리들은 어떻게 이해하면 됩니까?”

               “ 만리에 시체가 널려 있다.”
               “ 오늘과 같은 줄 진작 알았더라면…… 애당초 조심하지 않았

            던 게 후회스럽습니다.”
               “ 삼황(三皇:요임금,순임금,우왕)의 무덤 위에 잡초가 무성하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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