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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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오가정종찬 하
“마음으로 종지를 삼습니다.”
“ 마음은 무엇으로 종지를 삼는가?”
스님이 대답하지 못하자 천의스님이 말하였다.
“불법이란 털끝만큼만 어긋나도 천지차이로 벌어지니 그대 스
스로 본다면 반드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한 스님이 “백조 지원(白兆志圓)스님이 보자 장서(報慈藏
嶼)스님에게 ‘알음알이가 생기면 지혜가 막히고 생각이 변하면 본
체가 달라진다[情生智隔想變體殊]’하였는데 ‘알음알이가 생겨나기
전에는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보자스님은 ‘막혔다[隔]!’라고 답하
였다”는 화두를 들어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깨쳤다.곧바로 방
장실로 찾아가 자신이 깨친 바를 말하니 천의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법다운 법그릇이다.우리 운문종은 뒷날 그대에 의해
행하여질 것이다.”
스님은 천의스님을 섬긴 지 8년 만에 수좌로 천거되었고 사면
산(四面山)의 주지로 세상에 나갔다가 뒷날 본산의 주지를 역임하
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달마는 소림사에서 9년 동안 차갑게 앉아 있다가 신광(神光)
에게 간파당했으니 이제는 옥인지 돌인지 가리기 어렵고 오직 삼
끈으로 행전을 묶고 종이 옷으로 몸을 감쌀 줄만 안다.알겠느냐!
나를 보고 웃는 사람은 많지만 나를 비웃는 사람은 적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산승은 불법을 설할 줄 모른다.그저 인연 따라 서로 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