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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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55

            면 한 잔의 차를 마실 뿐인데 그곳에도 조사의 오묘한 비결은 없

            다.참선하는 사람이 만일 서로가 서로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저울추를 밟다 보면 무쇠같이 딱딱할 것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찬비는 가늘게 내리고 삭풍은 사납게 불어 모래가 날리고 돌
            멩이가 구르고 나무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운다.이럴 때 여러분은

            그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해 보아라.바람은 무슨 색깔이
            더냐?만일 안다면 그대가 안목을 갖추었다고 인정하겠지만 모른

            다면 서로 속이고 있음을 의심치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생사를 떠나지 않고서도 열반에 들어가고 마귀의 경계를 벗어
            나지 않고서도 부처의 경계에 들어갑니까?”

               “ 찰흙으로 소의 젖줄을 발라 버려라.”
               “ 스님의 대답에 감사드립니다.”
               “ 조금 전에 뭐라고 했었지?”
               그 스님이 무어라고 하려는데 갑자기 스님은 ‘악!’하였다.



               스님은 성품이 냉엄하여 총림에서는 스님을 ‘철면(鐵面)’이라

            하였다.
               당시 이백시(李伯時)는 말을 잘 그려 거의 입신의 경지에 이르
            렀는데 스님은 권하기를 “그대는 말 뱃속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

            해 보라!”하니 이백시는 느낀 바 있었다.이를 계기로 관세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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