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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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65

                 운문의 8세 손으로
                 문과 담장을 열기 어렵네.

                 한 기연 드리우니 평지에 파도 일고
                 한 경계 보여주니 가파른 절벽 중에 은밀한 곳이라.

                 용을 덮치고 봉황을 잡으려고
                 연실[藕絲]그물 촘촘하게 하늘에 얽고
                 토끼를 사냥하고 노루를 쏘는데
                 쑥대 화살은 쏘는 대로 표적에 맞았구나.

                 입은 물레 같고 혀는 벼락같으나
                 설봉 문하에는 함정을 파묻어 놓았으며
                 몸은 누란의 위기요 목숨은 가냘픈 실에 매달려
                 영취산 앞에서 가슴 치며 억울타 하소연하네.

                 무위(無爲)를 배워 앉아서 세월 보내며
                 물 건너며 고기 자국을 찾고
                 여러 선지식 찾아가느라고 짚신 닳리며
                 산을 지나다가 개미 자취 찾아보네.

                 만 가지 인연 벗어나지 못하여
                 헛되이 주장자 뽑아 들고 바다 위를 활보하며
                 한 법은 차별 없으니
                 매화꽃 떨어지는 강성의 어지러운 소리를 듣는다.

                 숭산 소림사의 가득 찬 눈 속에 서 있음을 비웃으니
                 작은 고기가 큰 고기를 삼킨 격이요
                 허물어져 등불도 없는 옛 법당에 살며
                 동쪽 벽에서 서쪽 벽을 친다.

                 성인의 깨침,범인의 알음알이에 터럭만큼도 다 끊어야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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