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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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오가정종찬 하



               13.설봉 사혜(雪峰思慧)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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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의 법명은 사혜(思慧)이다.대통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전당

            (錢塘)사람으로 유씨(兪氏)자손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교학의 큰 그물을 펴서 인천의 고기를 건지고 성인을 수호한

            다 하여도 늙은 오랑캐 달마가 지지부진한 짓을 한 것만 못하니
            다만 토끼를 보고 매를 놓아 잡고 사슴을 만나 화살을 쏘면 될

            뿐이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대중아!”하고 부르더니 “화살이 명중됐
            다!”하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예전에 약산 유엄(藥山惟儼)스님은 걸핏하면 한 달이 넘도록
            조참(早參),만참(晩參)에 나오지 않다가 하루는 대중이 모이자마
            자 그냥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선덕(禪德)들이여!그 당시의 불
            법은 이처럼 담박하였으니 따져 보면 그래도 조금은 낳은 면이

            있다.오늘날엔 매일 종을 울리고 법당에 올라가 구구히 설법하여
            묻는 자의 입은 물레처럼 돌아가고 답한 자의 혓바닥은 벼락처럼

            빨리 움직임이 모두 오늘 이 법회와 비슷하다.그러나 석존이 남
            기신 영산의 혜명(慧命)은 실 끝에 매달린 듯 가냘프고,소실봉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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