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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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63

            마의 가풍은 절박한 위기에 놓여 있다.분연히 뜻을 세워 종문을

            붙잡아 세울 납승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나와 할 한마디로 이 대중을

            흩어 버려라.
               그렇게 한다면 귓가가 조용해질 뿐 아니라 바른 법이 오래도
            록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니,어찌 거룩한 일이 아니겠느냐.이렇게
            떠받쳐 올렸는데 혹시라도 용이 되지 못한다면 이 산승은 이 명

            을 거꾸로 시행하여 주장자로 몽땅 쫓아 버리겠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남쪽으로 여러 선지식을 찾아다니느라 짚신이 모두 닳아 버렸
            다가 배움을 끊고 하릴없이 앉아 세월을 보내노라니 범부의 마음

            이야 쉽게 벗어날 수 있지만 성인의 깨달음은 잊어버리기 어렵다.
            터럭이라도 있으면 모두가 번뇌망상인 것이다.

               중도를 지켜 도를 이루는 일은 대지에 산을 일으키는 것만큼
            이나 어렵고,사물에 응하여 형체를 나타내는 일은 당나귀가 우물
            을 들여다보는 꼴이다.설령 계교하는 분별심이 없다 해도 이미
            자취는 남는 것이니 영감(靈感)이 상응하는 깨침에서 말하자면 점

            점 더 멀어진다.
               힘쓸지어다.여러분들이여!마음을 잘못 쓰지 말고 각기 승당

            으로 돌아가라.다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한 법을 통하면 만 가지 인연이 바야흐로 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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