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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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가정종찬 하
다.너도 한번 해몽해 보아라.”
향엄스님이 차 한 잔을 달여 오니 스님이 말하였다.
“두 사람 다 사리자보다도 신통하구나.”
하루는 스님이 벽을 바르고 있었다.그때 이군용(李軍容)이 관
복을 입은 채로 스님의 뒤에 와서 홀(笏)을 들고 서 있었다.스님
이 뒤를 돌아다보고 흙판을 기울여 흙을 뜨려고 하자 이군용이
홀을 가지고 흙을 퍼 담은 시늉을 하였다.스님은 흙판을 내동댕
이치고 그와 함께 방장으로 돌아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위산의 한 닢 삿갓을 쓰지 않고는 막요촌(莫窯村:부역이 면
제된 동네)에 갈 수 없다 하는데,무엇이 위산의 한 닢 삿갓입니
까?”
스님은 그 스님을 부르면서 “가까이 오라”하였다.그 스님이
가까이 가자 한 차례 밟아 버렸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이 노승이 죽은 뒤에 산아래 신도 집에 한 마리 물빛 암소가
되어 왼쪽 겨드랑이에 ‘위산의 중 아무개[潙山僧某甲]’라고 다섯
글자를 쓸 것이니 이때 위산의 중이라 부르면 물빛 암소는 어찌
하며,또 물빛 암소라 부르자니 위산의 중은 어쩌겠느냐?그렇다
면 결국 무어라 불러야 하겠는가?”
이때 앙산스님이 절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