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P. 175
제4권 위앙종 175
앙산스님이 여름 안거가 끝날 무렵에 스님에게 문안을 드리자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한여름 동안 방장에 올라오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아
래에서 무슨 일을 했었나?”
“ 저는 아래 있으면서 한 뙈기 화전을 일구어 좁쌀 한 소쿠리를
얻었습니다.”
“ 그대는 올 여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구나!”
이번에는 앙산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한여름 동안 무엇을 하셨습니까?”
“ 낮에는 밥을 먹고 밤이면 잠을 잤다.”
“ 스님께서도 올 여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으셨군요.”
앙산스님이 말을 해놓고 혓바닥을 쑤욱 내밀자 스님이 말하였
다.
“혜적아,어찌하여 제 목숨을 스스로 잃으려 하느냐.”
찬하노라.
독기[蠱毒]서린 집안
오랑캐 씨 멸종되다.
마음엔 반 점의 순박함도 없고
몸뚱이는 천 근이나 무겁구나.
큰스님이 불씨를 들어 보여주시어
산채로 눈동자를 바꾸었고
혜적에게 차나무를 흔들도록 이끌어
본체와 작용을 완전히 드러내 보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