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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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오가정종찬 하

                 몸을 돌리는 일도 오히려 알지 못하는데
                 부질없이 이군용에게 진흙을 퍼 올리게 하였고
                 눈감고 낮잠 자다가 몇 번이나 깨었던고
                 억지로 향엄에게 해몽을 시켰네.

                 밭에 김매는 아이는 한 소쿠리 좁쌀을 얻었는데
                 90일 동안 방장실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나무라시고
                 삿갓 만드는 스님이 막요촌에 왔다가

                 한번 밟히고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였구나.
                 왼쪽 옆구리에 이름 썼으니
                 누가 위산의 중이 아니라고 하겠나
                 몸을 던져 누웠을 때
                 오대산의 공양을 움켜쥘 것이라 내 의심했었지.

                 스승의 큰스님 모습이
                 찬란한 줄은 대중이 모두 알고 있는 터
                 진정한 산 늙은이는
                 애당초 흐리멍덩한 사람이 아니었네.

                 현묘한 가풍을 따로 세워 교화의 기연을 펼치니
                 옛 길목에 부서진 비석조각 널려 있으나
                 우리 종문의 정통을 기록치 못함이 애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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