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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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위앙종 179
“생각 없음을 생각하는 묘함으로 무궁한 신령의 불꽃을 돌이켜
생각하라.생각이 다하여 근원으로 돌아오면 성품과 모습이 항상
하고 진리와 현실이 둘이 아니어서 참 부처가 여여(如如)하리라.”
스님은 이 말에 크게 깨치고 이로부터 15년 동안 위산스님을
모셨다.
스님이 직세(直歲:공사 등의 일이나 재정을 맡은 소임)가 되
어 일을 하다가 돌아오니 위산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 밭에서 옵니다.”
“ 밭에는 몇 사람이나 있더냐?”
스님이 삽을 땅에 꽂고 두 손을 맞잡고 섰다.
위산스님이 “오늘 남산에 많은 사람이 풀을 베고 있더라”하니
스님은 삽을 뽑아 들고 가 버렸다.
하루는 위산스님을 따라 산놀이를 갔다가 반석 위에 앉아 있
는데 어디선가 까마귀 한 마리가 홍시를 물고 와 앞에 떨어뜨렸
다.위산스님이 그것을 주워 스님에게 건네주자 스님이 받아서 씻
어 드리니,위산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이 감이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나?”
“ 스님의 도력에 감응한 것입니다.”
“ 그대 몫도 없을 수 없지!”
그리고는 스님에게 반쪽을 나눠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