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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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위앙종 189

               “집안에 떨어진 짚신 한 켤레가 있다.”

               “ 이런 낡은 짚신짝도 쓸모가 있습니까?”
               “ 네가 가져간다면 앞에도 흉하고 뒤에도 불길하리라.”



               상당하여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생각지 않게 앞에는 만 길 벼랑이고
            뒤에는 들불이 활활 타 들어오며 양옆은 가시덤불이 가로막힌 곳

            을 만났다 하자.앞으로 나가자니 벼랑에서 떨어지겠고,뒤로 물
            러서자니 불에 타 죽겠고,옆으로 몸을 돌리자니 가시밭에 찔릴

            것이다.여기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만일 빠져나갈
            수 있다면 살길이 열리겠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이것저것 다 묻지는 않겠습니다.단도직입적으로 본래면목을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꼿꼿이 앉아 있었다.
               “무엇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라.”
               “ 취모검을 활용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 뒤로 세 걸음 물러서라.”
               “ 북두칠성에 몸을 숨겼을 때는 어떻습니까?”
               “ 구구 팔십일이다.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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