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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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오가정종찬 하

                 파초산의 종지는
                 입에 있지 않으니
                 목동이 노래부르고
                 석녀는 귀를 기울이도다.

                 芭蕉的旨 不掛唇齒
                 木童唱和 石女側耳


               찬하노라.



                 사람 얼굴을 한 뱀이요
                 날카로운 칼끝의 꿀이로다.
                 쓸모 없는 행주좌와(行住坐臥)에 스스로 과장했으나
                 좋고 나쁨을 알고 있으니 사람들은 믿지 못하네.

                 진흙덩이가 정법안이 되었으니
                 풍혈 노스님 솜 속에 가시를 싸 둔 줄 어찌 알았으랴
                 천 년 묵은 가지 뿌리로 옛 부처의 기연에 응수하니
                 스승 파초스님에게 비단으로 경쇠를 싸 두는 일을 배우지 못했
               구나.

                 혼융일구(混融一句)라
                 땅은 좁고 하늘은 넓은데
                 임계산의 경계는
                 산이 깊고 물이 푸르도다.

                 납승이 생사열반을 물어 오니
                 손잡고 싶거든 당나귀해까지 기다려 보라
                 석가가 설하신 돈점편원(頓漸偏圓)을 배척하고
                 종풍을 굽히어 끝날 날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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