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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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오가정종찬 하
“이번 길에 어디로 가려 하느냐?”
“ 행각을 떠나는 길입니다.”
“ 행각이 무엇이냐?”
“ 모르겠습니다.”
“ 모른다는 말이 가장 가까운 말이다.”
이 세 사람이 화롯불을 쬐면서 이어 승조(僧肇)법사의 조론(肇
論)을 거론하게 되었는데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며……”라는
구절에서 지장원 암주가 또 물었다.
“산하대지와 자신과 같은 것인가?”
소수스님이 말하였다.
“같습니다.”
지장원 암주는 손가락 두 개를 세우고 뚫어지게 쳐다보니 동
행했던 두 스님이 문득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비가 그쳐 떠
나려 하는데 지장원 암주는 이들을 보내면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늘상 ‘3계는 오직 마음이다’라고 말한다지!”
그리고는 뜰 아래 있는 돌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한번 말해 보아라.저 돌은 마음 안에 있느냐,밖에 있느냐?”
“ 마음 안에 있습니다.”
“ 행각하는 사람이 무엇에 집착하여 돌덩이를 마음에 두느냐!”
스님은 할말을 잃었다.마침내 보따리를 풀고는 일행이 모두
결택을 구하였다.한 달 남짓 자신의 견해를 올리고 도리를 말하
니 암주가 말하였다.
“불법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 이런 처지에서는 할말도 궁하고 이치도 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