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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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오가정종찬 하

                 바람은 살구꽃 향기를 실어 보낸다
                 긴긴 날 고요히 앉아 있노라니
                 맑은 마음에 온갖 생각 다 잊었네
                 말하려 해도 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숲 속에서 생각하기 매우 좋구나.
                 幽鳥語如篁 柳搖金線長
                 雲歸山谷靜 風送杏花香
                 永日簫然坐 澄心萬慮忘
                 欲言言不及 林下好商量


               위의 게송은 백법(百法)에 밝은 문으로 유식(唯識)의 강령을 노

            래한 것이다.


               찬하노라.



                 어려서 현기(玄機)를 발하여
                 사방을 두루 찾아다니다가
                 소승의 근기 각율사를 떠나서
                 나쁜 원수 계침과 맞부딪쳤네.

                 한 조각 돌멩이 마음속에 두었다가
                 기연 만나 부서졌지만 오히려 가랑비에 젖어들고
                 온몸을 만상 중에 드러내니
                 힘을 다하여 붙잡았으나 변함없이 덜렁이었네.

                 두 스님에게 주렴을 걷게 하였지만
                 맞았는지 틀렸는지 분명치 않고
                 병정동자가 불을 찾으러 온 줄을 간파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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