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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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법안종 203
시비를 결정짓기 어렵구나.
대피리 가락 같은 그윽한 새여!
산림에 둔 뜻은 남다른 풍류요
붓을 휘어잡고 꽃떨기 마주하니
‘모란송’은 누구의 문체를 훔쳐보았는가.
조계의 한 방울 물이라 하였지만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어 우연히 이룬 문자이며
무엇이 학인의 한 권 경이냐고 물어보니
파리가 종이를 뚫음에 나갈 곳이 전혀 없다 하였네.
유심(唯心)과 유식(唯識)이여
석두산성(石頭山城)가는 길이 천만 갈래 갈라지고
법도 없고 사람도 없음이여
통현봉(通玄峰)의 구름은 첩첩한 묏부리에 가로놓였네.
온 시방세계는 밝고 밝아 실오라기 하나 없건만
이곳에서는 백법의 밝은 문도 거두어다 묻어 버려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