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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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법안종 201

               “무엇이 학인의 한 권 경입니까?”

               “ 제목이 분명하다.”



               스님은 어느 날 이왕(李王)과 도를 논하다가 모란꽃이 핀 것을
            보고서 스님에게 게송을 지으라 하니 그 자리에서 송을 지었다.


                 붓을 들고 꽃떨기 마주보니
                 원래부터 그 향기 저마다 다르구나
                 머리칼은 이제부터 희어만 가는데
                 꽃은 작년처럼 붉기만 하다
                 짙은 단장은 아침 이슬 따르고
                 싱그러운 향기는 저녁 바람에 실려 가는데

                 하필 꽃잎이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공(空)임을 알랴.
                 擁毳對芳叢 由來趣不同
                 髮從今日白 花是去年紅
                 艶冶隨朝露 馨香逐晩風
                 何須待零落 然後始知空


               이왕은 이 송을 듣고 깨침을 얻었다.



               스님이 게송을 지었다.


                 그윽한 새소리는 대피리 가락이요
                 버들가지 흐느적거리니 황금 실이 길구나
                 구름 돌아가니 산골짜기 고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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