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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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법안종 205

               소산 광인(疏山匡仁)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백겹 천겹으로 둘러싸인 곳은 누구의 경계입니까?”
               “ 왼쪽으로 꼬아 만든 가시 돋친 오랏줄로 귀신을 묶는다.”

               “ 고금에 떨어지지 않는 경지를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 말하지 않겠다.”
               “ 무엇 때문에 말해 주지 않으십니까?”
               “ 그 속에는 유무(有無)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지금 스님께서 잘 말해 주셨습니다.”
               이에 소산스님은 깜짝 놀랐다.

               이와 같이 54명의 선지식을 찾아뵙고 나서 법안스님을 찾아뵙
            자 법안스님은 한번 보고 큰그릇이라 여겼다.그러나 스님은 그만
            참문을 게을리하고 그저 대중에 섞여 있을 뿐이었는데 하루는 법

            안스님이 법당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계의 한 방울 물입니까?”

               “ 조계의 한 방울 물이로구나.”
               스님은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치고 법안스님에게 아뢰자 법안스
            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뒷날 국왕의 스승이 되어 조사의 도를 크게 빛낼 것이

            니 내 그대만 못하다.”
               그 후로 여러 총림의 갖가지 주장과 고금의 난해한 관문을 함

            께 풀어 가며 조금도 미진함을 남겨 놓지 않았다.
               건우 원년(乾祐元年:?~948)충의왕(忠懿王)이 왕위를 계승하
            자 스님에게 사신을 보내 제자의 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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