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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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오가정종찬 하

               대중에게 말하였다.

               “옛 성인께서 학인을 가르치신 방편은 마치 항하수 모래알처럼
            많지만 육조대사께서 ‘바람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

            의 마음이 움직인다’고 하셨으니 이 말씀은 곧 무상(無上)의 심인
            (心印)이며 지묘한 법문이다.육조 문하의 선객이라 자처하는 우리
            들로서 어떻게 해야 조사의 뜻을 알겠는가?만일 ‘바람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마음이 망령되게 움직이는 것이다’

            라거나 ‘바람과 깃발을 들추지 말고 바람과 깃발이 있는 곳에서
            통하여라’라거나 ‘바람과 깃발이 움직이는 곳은 어디냐?’라거나

            ‘다만 사물을 통해 마음을 밝힌 것이니 사물을 인식할 필요가 없
            다’라거나 ‘색 그대로가 공이다’라거나 ‘바람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데에서 깨쳐야 한다’는 말들은 조사의 뜻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다.이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면 여러분들
            은 어떻게 알아야 하겠는가?여기에서 깨치면 어느 법문이나 모

            두 밝히게 될 것이며 수많은 부처님의 방편도 일시에 환히 깨치
            게 될 것이다.그러나 만일 여기서 깨치지 못하면 설령 오랜 세월
            이 흐른다 해도 괜스레 마음만 고될 뿐,하나도 올바른 깨침이 없
            게 될 것이다.”



               통현봉(通玄峰)에 주석하면서 게송을 지었다.



                 통현봉 마루턱은
                 인간세상 아니어니
                 마음 밖엔 법이 없다 하건만
                 눈에 보이는 건 푸른 산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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