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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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법안종 209
였다.
“어린아이야!이 산승이 만일 너의 말에 대답했다면 마땅히 인
과의 업보를 받을 테지만,만일 네가 내 말을 부정한다면 내 너를
보겠다.”
영명스님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 7일 간 피를 토하자 부광(浮
光)스님은 속히 가서 참회를 하라고 권하였다.영명스님이 방장실
을 찾아가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스님의 자비로 저의 참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 땅에서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서는 법이다.나는 너를 넘어
뜨리거나 일으켜 세워 준 적이 없다.”
“ 저의 참회를 허락해 주신다면 죽을 때까지 스님을 모시겠습니
다.저를 위해 한마디 해주십시오.”
“ 부처님마다 도는 똑같지만 높고 낮음이 분명하고 석가와 미륵
은 진흙에 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천태종에 의적(義寂)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가 곧 나계(螺溪)
스님이다.나계스님은 스님에게 여러 차례 말하였다.
“지자(智者:538~597)대사의 가르침이 오랜 세월에 많이 유
실되어 걱정이었는데 오늘날 신라에는 천태 교본(敎本)이 잘 갖춰
져 있습니다.스님의 자비가 아니고서는 누가 가져올 수 있겠습니
까?”
스님은 왕에게 아뢰어 바다 건너 신라에 사신을 파견하여 교
본을 모두 베껴 오게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교본이 세상에 널
리 전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