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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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오가정종찬 하

               찬하노라.



                 마음도 법도 모두 잊고
                 하늘과 땅 사이에 홀로 걸으니
                 하늘을 오르는 데 사다리를 빌리지 않고
                 온 누리를 누벼도 다니는 길이 없도다.

                 번갯불이 번뜩이는 기봉으로
                 석두(石頭)산성을 불사르고
                 손에는 천검을 거머쥐고
                 웃으며 용귀사를 나온다.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어 주는데
                 용아스님 무른 밥 올려 쓸모 없는 신에게 제사 드림이 괴롭고
                 백겹 천겹으로
                 소산스님 왼쪽으로 꼬는 가시 오랏줄에 귀신을 묶었도다.

                 가고 옴과 숨고 나타남에 많은 부처의 실상을 밝혔으나
                 요는 겉치레만 번지르르하였고
                 모자라고 남고 있고 없는 것으로 반야의 참 종지를 말했으나
                 덜렁댔다 해도 무방하리라.
                 조계의 한 방울 물이라는 말에
                 현묘한 기틀을 깨쳐 완두콩을 진주라 하고

                 통현봉 가리키며 눈에 가득한 청산이라 하니
                 종문을 일으켜 세워 단 참회가 쓴 박이 되었구나.
                 조사 문하의 객으로

                 바람과 깃발을 구별함은 진창에 처박히는 일이요
                 대왕은 장수하는 사람이나
                 소리와 색을 벗어났다 함은 모래를 던지고 흙을 뿌리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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