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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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37
고서 자미궁(紫微宮)으로 들어간다.”
“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무엇으로 접대합니까?”
“ 이른 아침에 원숭이는 금과(金果)를 따러 갔고 저물녘에 봉황
은 옥화(玉花)를 물고 온다.”
한 스님이 찾아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호남에서 왔습니다.”
“ 이곳 동안원(同安院)의 형세와 법도,꽃다발 같은 종지와 천체
의[璇璣玉衡]같은 작용을 아는가?”
“ 알고 있습니다.”
“ 그대가 머무를 경계가 아닐세.”
그 스님이 별안간 악!하고 할을 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밑천 없는 나무꾼이 부질없이 글과 칼을 자랑하는구나!”
그 스님이 말을 이으려 하는데 동안스님이 꾸짖었다.
“칼도 뽑지 않았는데 도적이 벌써 패배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조금이라도 말[言詮]이 있으면 모두 금시(今時:本分의 對語로
닦을 것이 있는 경계)에 떨어진다고 하니,말에 떨어지지 않는 경
지를 스님께서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 목인(木人)이 말을 아는 것은 혓바닥과는 상관없는 일이고,석
녀(石女)가 베틀을 던지나 어찌 실이 헝클어지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