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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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39

                 금닭이 어찌 하늘로 돌아가겠나.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하였다가 몸소 일할(一喝)을 만나
                 나무꾼 짧은 밑천으로 부질없이 글재주 칼솜씨 자랑하였고
                 말에 떨어지지 않는 길을 설해 달라 하여
                 석녀가 베틀을 당김에 실오라기 헝클어졌다네.

                 오색 봉황 꽃을 물고 늙은 원숭이 과일 따오지만
                 손님맞이에 진심을 보여주지 않았고
                 외로운 봉우리 빼어나도 조각달 허공에 흘러가도
                 부처와 마귀 가리는 데 원래 바른 안목 없었구나.

                 부처님이 세간에 나오지 않았을 때의 경계를 속여
                 강물을 가로지르는 큰 코끼리를 연뿌리 실로 묶는다 하고
                 다른 류[異類]의 수행승을 엇비스듬히 말하며
                 큰길의 소가 꽃다운 풀 언덕에 숨었다 하네.

                 원앙무늬 수놓던 금바늘이 싸늘하니
                 촘촘한 바늘땀은 누가 알며
                 봉황새 둥지 텅 비어 옥휘장 차가우나
                 삼엄한 그 경계 범하기 어렵도다.

                 사람을 끌어들여 조문하려 하면
                 소맷자락으로 머리를 감싸고
                 아이고!아이고!통곡하니
                 도적이 지난 뒤에 활을 당겨도 때는 이미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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