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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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45
“갑자기 폭포가 쏟아지고 큰산이 무너져 내릴 때는 어떻게 됩
니까?”
이에 스님은 선상에서 내려와 그 스님을 붙잡고 말하였다.
“여보게!제발 이 노승의 가사자락이 젖지 않게 해주게나.”
대중들이 마침내 그 스님에게 감복하였다.
대양 경현(大陽警玄)스님이 찾아뵙고 물었다.
“무엇이 무상(無相)도량입니까?”
스님은 관세음보살상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오도자(吳道子:당
나라 화가.불화와 산수화를 잘 그렸음)의 그림이다”하니,대양스
님이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데 스님이 말을 막으며 물었다.
“이처럼 유상(有相)인데 무엇이 무상(無相)인가?”
대양스님은 이 말끝에 종지를 깨치고는 절하고 곁에 서자 스
님이 말하였다.
“한마디하지 그러는가.”
“ 말을 하라시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마는 기록에 실릴까 두렵
습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말이야말로 비석에 새겨지겠구나.”
이에 대양스님은 게송을 지어 바쳤다.
내 처음 도를 배울 때 갈 바를 몰라
산 넘고 물 건너 선지식을 찾았으나
고금을 가려내는 이 만나지 못했고
바로 무심(無心)을 설하나 의심만 더해 갔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