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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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오가정종찬 하

            으면 봉황이 날아오지 않는다.”

               “ 무엇이 ‘바탕이 밝아 다함이 없는 도리’입니까?”
               “ 손으로 허공을 가리킬 때 천지가 빙빙 돌더니만 머리를 돌려

            보니 돌로 만든 말[石馬:貴人의 묘 앞에 세우는 호석]이 청사초
            롱에서 나오는구나.”
               “ 무엇이 사자가 이맛살을 찡그리고 신음하는 것입니까?”
               “ 되돌아볼 마음이 전혀 없는데 평상심에 떨어지려 하겠느냐?”

               “ 무엇이 사자가 돌아서서 덤벼드는 것입니까?”
               “ 주위를 맴돌며 오락가락하다 모두 아비에게 돌아가니 떠들썩

            하게 큰 작용을 일으키나 본체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 무엇이 사자가 땅에 버티고 앉아 있는 것입니까?”
               “ 오가는 기연을 딱 끊어 버려 고금에 변함이 없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한밤중에 오골계가 고니 알을 품더니만 날이 밝아 일어나 보
            니 늙은 황새를 낳았다.이 새는 황새 털에 매 부리에 해오라기
            몸인데,도리어 까마귀들과 짝을 이루어 높이 연기 구름 속을 날
            고 낮게는 수양버들 언덕을 날다가 해가 저물어 돌아오기에 자세

            히 살펴보니 어렴풋이 구름 속을 나는 기러기를 닮았더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한마디입니까?”
               “ 큰 바다 밑에서 붉은 티끌이 일어나고 수미산 꼭대기에 강물

            이 가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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