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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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49

            있는 소실봉(少室峰)에는 뿌리와 싹이 자란다.백로가 흰 눈 둥지

            에 선 것은 그래도 옳다 하겠지만 다시 보니 하얀 새가 갈대꽃
            속으로 날아든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은 늘 그러해서 생멸이 없는[平常無生]도리와 오묘해
            서 사사로움이 없는[妙玄無私]도리와 바탕이 밝아 다함이 없는

            [體明無盡]도리를 밝혀야 한다.첫마디[第一句]에 한 가닥 길이
            뚫리고,둘째 마디에 주객이 없어지며,셋째 마디에는 모두를 수

            반해 가는 것이다.한마디에 말을 해내면 사자가 이맛살을 찡그리
            고 신음할 것이요,두 마디에 말할 수 있으면 사자가 돌아서서 덤
            벼들 것이요,세 마디에 말할 수 있으면 사자가 땅에 버티고 앉을

            것이다.그리하여 놓아주면 시방에 두루하고 잡아 두면 단박에 그
            자리에 눌러앉을 것이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소식을 통할 수 있

            겠는가?
               대중이여!증명해 보라.만일 통할 수 없거든 내일 아침에 다
            시 초왕(楚王)에게 바쳐 보아라.”*
                                           1)
               이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와 물었다.

               “무엇이 ‘늘 그러해서 생멸이 없는 도리’입니까?”
               “ 흰구름이 푸른 산을 덮으니 청산의 꼭대기가 보이질 않는다.”

               “ 무엇이 ‘오묘해서 사사로움이 없는 도리’입니까?”
               “ 대궐에는 천자를 모시지 않는 신하가 없으나 오동을 심지 않



            *변화(卞和)라는 이는 보배구슬을 갖고 있었는데 초왕에게 바쳤으나 믿어 주지
              않아 형벌만 당하고 쫓겨나서 다음날 다시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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