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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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마조록․백장록


            라붙는 집착 쪽에 속한다.
               스스로 알고 절로 깨닫는 이것이 자기 부처인 줄 전혀 알지

            못하고,밖으로 치달려 부처를 찾는다.선지식의 설법을 의지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 나오게 하는 약을 지어 밖으로
            치달려 구하는 병을 치료한다.이윽고 밖으로 치달려 구하지 않

            게 되면 병이 나았으니 약은 버려야 한다.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는 데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선병(禪

            病)이며,영락없는 성문이다.마치 물이 얼음이 되면 얼음 자체가
            물이긴 하나 목마름을 풀어 주기 어려운 것과도 같으니,역시 꼼
            짝없이 죽을병은 세상 의원들도 속수무책일 뿐이다.원래 이들은

            부처가 아니니 부처라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부처란 중생
            편에서 쓰는 약이니 병이 없으면 먹을 필요가 없다.약과 병이

            함께 없어지면 맑은 물과 같다.부처란 감초를 넣은 물이나 꿀물
            과도 같아 매우 달콤한 것이나 맑은 물 쪽에서 보면 원래 없다거
            나 있다거나를 집착할 수는 없는 것이다.또 이 이치는 누구나

            본래 가진 것이며,모든 부처와 보살은 구슬[珠]을 보여주는 사람
            이라고도 하는데,그것은 원래 어떤 물건이 아니므로 그것을 알
            필요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으며,그것이 옳다 그르다 할 필요

            도 없다.
               그저 상대적인 개념[兩頭句]을 끊기만 하면 된다.있다느니 있

            지 않다느니 하는 말을 끊고,없다느니 없지 않다느니 하는 말을
            끊으면 양쪽의 자취가 나타나지 않아 양쪽에서 그대를 잡아당겨
            도 끌리지 않으며,어떠한 테두리[量數]도 그대를 얽어매지 못한

            다.그리하여 부족하거나 완전하지도 않고 범부도 성인도 아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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