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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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마조록․백장록
이다.지혜로 여러 가지 마군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면 비록 경
전 백 권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모조리 지옥의 찌꺼기로서 부처님
과 같아지고자 하나 될 수 없는 일이다.
선․악과 유․무 등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
면 즉시 공(空)에 떨어지는데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줄을 모
르므로 도리어 공에 떨어지는 것이다.부처와 보리,유․무 등의
모든 법을 구하는 것은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것이다.
지금 거친 밥으로 생명을 잇고 헤진 옷을 기워 추위를 막으며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일 외에는 모두 유․무 등의 법일 뿐이어
서 털끝만큼도 매인 생각이 없다면 이 사람은 점차 가볍고 밝아
질 소지가 있다.
선지식은 있음[有]에 집착하지 않고 없음[無]에도 집착하지 않
아서 십구(十句)마군의 말을 벗어나 말을 꺼내도 사람을 얽어매
지 않는다.설법을 해도 스승이라 자칭하지 않고 골짜기의 메아
리같이 말이 천하에 가득 차 입으로 짓는 허물이 없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쏠린다.
만일 “나는 설법할 수 있다”라든가 “나는 스승이고 너는 제자
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마군의 말이다.또 “눈빛이 부딪치는
곳에 도가 있다”라든가 “부처는 부처가 아니고,보리․열반․해
탈……”하면서 근거 없는 말을 한다.또한 하나하나 알음알이
[知解]를 근거 없이 설명하며 한 손을 들고 한 손가락을 세우는
것을 보고는 “이것이 선(禪)이고 도(道)다”라고 한다.이런 말은
사람을 얽어매는 것으로 그칠 기약이 없이 비구에게 결박만 더해
주는데,말하지 않는다 해도 구업(口業)을 짓는 것이다.그러니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