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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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09


               묻지 않는 물음이 있다면 설명 없는 설명도 있다.부처는 부처
            를 위해 설법하지 않으니 평등한 진여법계(眞如法界)에는 부처가

            없고,중생을 제도하지도 않으며,부처는 부처에 머무르지 않는
            다.이것은 참다운 복전(福田)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주관인지 객관인지 그 말을 가려내야 한다.있다 없다 하는 모

            든 경계법에 탐착하고 물들면 그 경계에 혹하게 되는데 이때 자
            기 마음이 마왕이며,관조[照]와 작용[用]이 마군의 백성에 속한

            다.
               비추어 깨달아 있다 없다 하는 모든 법과 세간․출세간법에
            머무르지 않고,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도 내지 않으며,생각을

            내지 않는다는 것에도 머무르지 않으면,자기 마음이 부처이고
            관조하는 작용은 보살 마음에 속한다.마음은 주인[主宰]이고 관

            조하는 작용은 바깥 경계[客塵]에 속하는데 파도로 물을 설명하듯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만상을 관조한다.이렇게 고요
            함과 동시에 관조하면서도 현묘한 이치라고 자처하지 않으면 자

            연히 고금을 관통할 수 있다.그래서 “신령함은 관조하는 일[功]
            이 없으나 지극한 효험[功]이 항상 있어서 어디서든 부처님[導師]
            이 될 수 있다”라고 한 것이다.

               중생의 분별하는 성품[性識]은 한번도 부처님의 단계를 밟은
            적이 없기 때문에 끈끈하게 집착하는 성품으로 때때마다 있다 없

            다 하는 모든 법에 집착한다.그들은 잠깐 묘한 이치를 맛보아도
            약이 되지 못하며,잠깐 틀을 벗어난 도리를 들어도 믿음이 가지
            못한다.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서 49일을 말없이 사

            유(思惟)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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