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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05


            밝음도 어두움도 아니다.앎이 있음도 앎이 없음도 아니고,얽매
            임도 해탈도 아니어서 어떠한 이름도 붙일 수 없다.어째서 실다

            운 말이 아닌가.허공을 다듬어 불상을 만든다든가 허공을 청․
            황․적․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법은 무엇으로도 견줄 수 없고 비유할 수도 없으므로,

            법신은 함이 없어 어떠한 테두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法身無爲
            不墮諸數]”고 하였다.그러므로 성인의 몸은 이름이 없어 설명할

            수 없으며,실다운 이치인 공문(空門)에는 닿기 어렵다.마치 어디
            든지 가서 붙을 수 있는 꽁지 긴 벌레도 불꽃 위에는 붙지 못하
            듯 중생도 그러하여 어디든 반연할 수 있으나 반야(般若)에는 반

            연하지 못한다.
               선지식을 찾아뵙고 하나하나 알기를[知解]구한다면 그것은 선

            지식 마군이니,말과 견해를 내기 때문이다.사홍서원(四弘誓願)을
            내어 일체중생을 다 제도한 뒤에야 성불하겠다고 발원하면 이는
            보살 법지(法智)의 마군이니,서원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재계

            (齋戒)를 지키고 선(禪)을 닦으며 지혜[慧]를 배우는 것은 유루선
            근(有漏善根)이다.그들은 비록 도량에 앉아 성불하는 모습을 보
            여주고 항하사 수 모래알만큼의 사람을 제도한다 해도 모두 벽지

            불과(辟支佛果)를 얻을 뿐이니,이는 선근(善根)의 마군으로서 탐
            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어디에도 탐착하지 않고 물들지 않으며

            신령한 이치만이 오롯이 남아 매우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앉아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삼매(三昧)의 마군이니,오
            랫동안 맛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탐욕을 떠나 고요해진 지고의 열반은 마군의 업(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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