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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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13
한다.죄가 있고 없고는 사실 그 사람에게 달린 것이다.있다 없
다 하는 모든 법에 탐착하고 물들어서 버리고 취하는 마음이 남
아 3구(三句)를 꿰뚫지 못했다면 이 사람은 죄가 있다고 단정한
다.한편 3구 밖으로 꿰뚫어 마음이 허공과 같지만 허공 같다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죄가 없다고 단정한다.”
다시 말씀하셨다.
“죄를 짓고 나서 죄가 있음을 보지 않는다고 하면 말이 안 되
고,죄를 짓지 않았는데 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안 될 말이
다.율(律)에서 말하기를,‘본래 미혹하여 살인을 하거나 나아가
서로 살인을 한다 해도 살생죄라 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하물
며 선종(禪宗)문하에서이겠는가.마음이 허공 같아서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며,허공 같다는 생각도 없는데 죄가 어디에 자리
하겠는가.”
다시 말씀하셨다.
“선도(善道)는 닦을 것이 없으니 물들지만 않으면 된다.”
“ 안팎의 마음을 녹여 다하기만 하면 된다.”
“ 경계를 관조하는 쪽으로만 말하자면 지금 유․무 등 모든 법
을 관조하는 데 아무 탐욕과 집착이 없더라도 또한 집착해서는
안 된다.”
“ 이렇게 공부하면 될 것이다.공부는 때묻은 옷을 빠는 것과도
같은데 옷은 본래 있는 것이나 때는 밖에서 온 것이다.유․무
등 모든 소리와 색은 기름때와도 같은 것이니 아예 마음에 두지
말라.보리수 아래 32이상과 80종호는 색에 속하고,12분교(十二
分敎)는 소리에 속한다.그러니 이제 유․무와 모든 성색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