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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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마조록․백장록


            을 끊고 마음을 허공 같게 해야 한다.이렇게 공부하기를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 해야 할 것이다.

               죽는 마당에서는 옛날부터 익숙했던 길을 찾아간다 해도 오히
            려 끝까지 가지 못하는데,그때 가서 새로 조복하여 공부한다면
            기약이 없다.죽는 순간에는 좋은 경계가 한꺼번에 눈앞에 나타

            나는데 마음으로 더 좋아하는 곳을 먼저 받게 된다.지금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도 나쁜 경계가 없고 설사 나쁜 경계

            가 있다 해도 좋은 경계로 변한다.죽는 순간의 당혹함이 두렵다
            면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지금 이 자리에서 자유로워야 비로소
            옳다.

               낱낱의 경계법에 아무런 애욕과 물듦이 없다 해도 그렇다는
            생각에 머무르지 말아야 자유인이다.지금은 인(因)이고 죽음은

            과(果)인데 과업(果業)이 나타나면 어째서 두려워하는가.옛날과
            지금이 달라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옛날에도 지금이
            있다면 지금에도 옛날이 있을 것이며,옛날에 부처가 있었다면

            지금도 부처가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지금 자유를 얻는다면 미
            래 세상까지 자유로울 것이다.
               한 생각 한 생각이 유․무 등 모든 법에 매이지 않는다면 예

            나 지금이나 부처가 사람이고 사람이 부처일 뿐이다.이것이 삼
            매(三昧)요 정(定)이기도 하니,정을 가지고 정에 들어갈 필요가

            없고,선(禪)을 가지고 선을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부처를 가지고
            부처를 찾을 필요도 없다.
               다음의 말씀과 같은 것이다.

               “법은 법을 구하지 않고 법은 법을 얻지 않으며,법은 법을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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