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P. 112
112 마조록․백장록
지 않는다면 이는 마지막선[後善]이다.이상과 같다면 연등부처의
뒷 부처에 속하니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다.그렇다고 부처
는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라고 잘못 말하지 말라.
이 땅의 초조(初祖)께서 말씀하시기를,“잘하는 것도 없고 성스
러움도 없어야 성스러운 부처님이다”라고 하셨다.여기서 성스러
운 부처란 9품(九品)의 망상꾸러기[精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용․축생 등의 부류와 제석범천 이하 모든 것들은 다 신통변화를
부릴 수 있고,상품(上品)의 정령도 백 겁 고금의 일을 알 수 있
다.그러나 어찌 그들을 부처라 하겠는가.저 아수라 왕은 수미산
두 개와 맞먹을 정도로 몸이 매우 크다.그러나 제석천과 싸울
때에야 힘이 그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백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연뿌리 구멍으로 들어가 숨는다.그들의 신통변화와 변재가 적은
것은 아니나 부처님이라 할 수는 없다.부처님의 말씀은 절차와
등급이 느슨하여 오르고 내림이 같지 않기 때문에 아직 깨닫지
못했을 때를 탐진(貪瞋)이라 하고,깨닫고 나면 부처님의 지혜라
고 한다.그러므로 말하기를,“옛날과 사람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옛날 하던 것[行履處]과 다를 뿐이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2.
누군가가 물었다.
“초목을 베고 땅을 개간하면 죄보를 받습니까?”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죄가 있다고 단정하지도 못하고 죄가 없다고 단정하지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