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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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마조록․백장록


               지혜가 깜깜하여 무어라 설명하기도 어렵고 비유할 수도 없기
            때문에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말해도 불․법․승을 비방하는

            것이며,중생에게 불성이 없다고 말해도 불․법․승을 비방하는
            것이다.불성이 있다고 하면 집착한다는 비방을 듣고 불성이 없
            다고 하면 허망하다는 비방을 들을 것이다.그러므로 말하기를,

            “불성이 있다 하면 보태는 오류[增益謗]를 범하고,불성이 없다
            하면 덜어내는 오류[損減謗]를 범하며,불성은 있기도 하고 없기

            도 하다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 오류[相違謗]를 범하고,불성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하면 희론의 오류[戱論謗]를 범한다”
            고 하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중생이 해탈할 기약이 없겠고,
            처음부터 말을 하면 중생이 또 말에 따라 알음알이를 지어 이익

            은 적고 손해만 많을 것이다.그러므로 “나는 차라리 설법을 하
            지 않고 빨리 열반에 들겠다”고 하셨던 것이다.그 뒤 과거 부처
            님 모두가 3승법(三乘法)을 말씀하셨음을 돌이켜 생각하고는 방편

            설로 거짓 이름을 세웠다.본래 부처가 아닌데 그에게 부처라 하
            고,본래 보리가 아닌데 보리․열반․해탈 등이라고 하였던 것이
            다.그가 백 섬을 지고는 일어나지 못함을 알고 우선 한 되․한

            홉을 지워 주었으며,궁극적인 교설은 그가 믿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방편교설로 설명해 주었다.그리하여 선법(善法)이 퍼져 악

            법(惡法)을 누르기도 하였으나 선과(善果)의 기한이 다 되면 악과
            (惡果)가 바로 도래하였다.부처가 되면 중생도 나타나고,열반에
            들면 생사가 나타나며,밝아지면 어둠이 오는 것이다.그러나 이

            것들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유루인과(有漏因果)로서 그것과 맞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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