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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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17


               경전을 읽고 교학을 공부하며 말씀을 배우는 것은 필연코 자
            기에게로 환원되어야 한다.그렇게 되면 모든 말씀도 단지 지금

            의 비추어 깨닫는[鑑覺]성품을 밝혀 주고,있다 없다는 등의 모
            든 경계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그대들의 스승으로서 있다 없다는 등의 모든 경계를 능

            히 있음을 잘 반조해 파헤쳐 준다.그것은 금강의 지혜[金剛智]로
            써 자유롭게 홀로 설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그러나 그런 줄 알

            지 못한다면 12부경을 다 외워 낸다 해도 증상만(增上慢:깨치지
            못하고서 깨쳤다고 착각하는 자만심)을 이룰 뿐이어서 부처님을
            기만하는 것이지 수행이랄 수 없다.모든 색과 소리를 떠나고,떠

            났다는 그것에도 머무르지 않으며,안다는 것에도 머무르지 않아
            야 수행이랄 수 있다.

               경전 읽고 교학을 공부하는 것은 세속의 입장에서라면 훌륭한
            일이겠지만 이치를 밝힌다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니,10지 수
            행인도 벗어나지 못하고서 생사 강물에 들게 되는 것이다.3승교

            (三乘敎)는 다만 탐내고 성내는 등의 병통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
            이지 그 의미를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다.이해가 탐욕이 되고
            탐욕은 다시 병통이 되기 때문이다.

               있다 없다는 등의 모든 법을 떠나고 떠났다는 그것에서도 떠
            나 3구 바깥으로 철저히 벗어나면 저절로 부처와 다를 것이 없

            다.자기가 부처인데,부처가 되어 말씀을 이해하지 못할까 근심
            할 것이 있겠는가.그저 부처 아닌 것이 근심일 뿐이다.있다 없
            다는 등의 모든 법에 얽매이면 자유롭지 못하다.이치를 확실히

            알지 못한 채 복과 지혜부터 갖추면 복과 지혜에 실려 다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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